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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이달의 작가 - 수필] 3월이 오면


일 년은 열두 달이고, 네 개의 계절이 있으니 그 셈법에 따라 3월의 진입과 함께 봄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열심히 걸으면 슬쩍 땀이 배기도 하는 온화한 날씨지만, 거리를 둘러보면 아직도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이 많다. 3월 한 달 새벽 조깅의 평균 기온은 1도에서 10도 사이였다. 3월인데도 매번 두꺼운 장갑을 끼고 나가야 했다. 3월의 시작과 동시에 날이 따뜻해질 거라는 생각은 나의 환상에 불과했다.
씨뿐 아니라 '3월이 되면’(이 말은 ‘봄이 오면’으로도 치환 가능하다)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미뤄 온 일도 어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계획대로라면 겨울이 지났으니 가습기를 창고에 넣고 매일 바르던 풋크림을 서랍에 넣어야 했지만 여전히 날은 건조했다. 나는 3월을 기점으로 반복되는 일상의 탈 탈피를 꿈꾸며 이전과는 다른로운 날이 펼쳐지기를 바랐다. 겨울이 고난을 상징했다면 봄은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기운으로 보였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것처럼, 3월 1일부터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3월부터 제대로 러닝을 시작하려 벼르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제대로란 ‘매일매일’이었다. 첫 주는 야심 찬 포부로 매일 새벽 5km 거리를 걷고 뛰었다. 해가 질 무렵엔 한 시간가량 근력 운동을 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다리는 가방에 든 돌처럼 무겁게 변해갔다. 훈장 같던 근육통이 며칠 지나지 않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위기의식으로 변했다.

내 증상은 과도한 운동이 문제가 된 ‘오버 트레이닝’이었다. 여러 글을 찾아 읽으며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격일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는 글을 보게 됐다. 격일로 달리는 것은 나의 결연한 의지에 위배되는 것 같았다. ‘매일매일’이 중요하다. 매일매일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가 없을 것 같다.
지만 피로가 쌓여 운동이 무의미할무의미할 정도의 몸 상태로 변해갔녁 무렵녁 무렵의 근력 멈출 수도 없었다. 고심 끝에 6일 운동하고 일요일엔 쉰다, 고 3월 첫째 주 토요일 저녁 녹초가 된 나와 타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은 3일하고 하루 쉰다, 로 바뀌었다. 패배한 기분이 들었지만 마라톤 완주라는 최종 목표를 생각한다면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는 것도 좋을 듯했다.

꾸역꾸역 지켜오던 루틴은 3월 중반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온 인왕산 등반이 화근이 되어 엉망이 되었다. 등반 자체는 문제 되지 않았지만,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채 근력 운동을 한 것이 직격타가 되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어 4일을 고스란히 쉬어야 했다. 그 후로는 후로는 들쑥날 요즘은 ‘격일 3km 청계천 조깅’을 기본값으로 둔 채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하루를 통째로 쉬는 날도 있고, 저녁 운동만 하는 날, 아침 운동만 하는 날, 평소보다 더 많이 운동하는 날. 제멋대로 지내고 있다.

3월 한 달을 보내면서 내가 하고자 하고자 하는 일이 내 생각대로않음을 다시 또 절절히 느끼게 됐다. 여전히 보다 더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설 수 있기를, 번뜩이는 정신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라지만, ‘4월이 오면’이라는’이라는 기대는 이제 더는 하지 않길고 먼, 큰 그림을 그리되 그 안 그 안에서 매 시간 나만의 룰 순간 나의 직관과 상호작용하며 일상을 꾸려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에게 ‘규칙’은 때론 ‘옭아맴’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3월은 운동 외적으로도 이전보 이전보다 빼곡히 계획을 세워 지키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뒤죽박죽된 나의 운동 계획처럼 그것들 역시 ‘매일매일’이라는 원칙은 지킬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좌절하고 압박감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3월 끝자락에 서 있는 지금은 방황하던 그 시간마저도 모두 의미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루틴 만들기, 얼마간 잘 유지하다 다시 헝클어트리기. 그것이 나의 ‘루틴’이 될 것이다. 내가 세운 목표치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지만, 그으로도 그걸 채우긴 힘들겠지힘들겠지만, 그럴 때에도 나는 의 소리에 따라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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